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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잡초를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존재로 여깁니다. 하지만 잡초는 단순히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정교한 생존 전략과 생태적 가치를 지닌 자연의 구성원입니다. 이 글에서는 잡초가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성공시키고, 자가수분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잡초의 생존전략

잡초의 정교한 꽃가루받이 전략

잡초는 작은 꽃을 가지고 있지만 곤충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합니다. 서양 민들레는 5mm 크기의 작은 꽃을 수십 개 모아 하나의 큰 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별꽃은 하나의 꽃잎을 둘로 나누어 두 배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 보이도록 합니다. 수염가래는 꽃잎을 최대한 길게 늘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하눌타리는 오후에 꽃을 피우며 꽃잎을 실처럼 가늘게 만들어 크게 부풀립니다. 하얗게 부풀려진 꽃은 밤중에 꿀을 찾는 줄박각시나방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효과적입니다.

클로버는 더욱 흥미로운 전략을 사용합니다. 꽃대 끝에 여러 개의 작은 꽃을 매달고 있는데, 꽃가루받이를 끝낸 꽃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둡니다. 시든 꽃잎까지 활용하여 조금이라도 크게 보이려는 전략입니다. 쇠뜨기는 핑크빛 꽃받침을 꼬치로 활용하여 핑크색을 유지함으로써 꽃줄기가 커다란 하나의 꽃처럼 보이게 합니다. 광대나물은 아랫입술을 넓혀 곤충의 착지를 도와주는 편의 시설을 제공합니다. 넓은 착륙장에 앉아 편안하게 꿀을 빠는 곤충은 한결 여유 있게 꽃가루받이를 도와줍니다.

닭의장풀은 꽃잎이 두 장뿐이지만 꽃가루 뭉치를 커다랗게 만듭니다. 헛수술은 꽃가루가 거의 없는 가짜인데, 꽃가루를 좋아하는 등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일 뿐입니다. 무늬와 잠은 더욱 정교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다섯 개의 미끼용 헛수술 밑에 생식용 수술과 암술이 한 개씩 있는데, 꽃마다 생식용 수술과 암술의 위치가 다릅니다. 이는 벌이 꽃을 옮겨 다니며 꽃가루를 모아 다리에 달고 다니는 습성을 이용하기 위함입니다. 벌이 모아 온 다른 꽃의 꽃가루를 전달받고 동시에 자신의 꽃가루를 다른 곳에 전해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습니다. 이러한 사용자의 비평처럼, 잡초의 작은 꽃들이 벌과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색, 형태, 안내선 등 다양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식물의 진화가 얼마나 정교한지를 보여줍니다.

바람과 자가수분을 활용한 생존 방식

곤충을 이용한 꽃가루받이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다. 꿀과 향기 그리고 꽃잎을 만들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잡초는 바람을 이용한 꽃가루받이를 선택합니다. 쇠뜨기는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꽃대를 높이 세우고 작고 가벼운 꽃가루 생산에만 집중합니다. 환삼덩굴은 꽃가루 주머니를 가느다란 실에 매달아 바람에 잘 흔들리도록 합니다. 가벼운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이웃 암술을 찾아 나서며, 깃털 모양의 암술에 쉽게 붙잡힙니다. 바람을 의지하는 식물은 곤충을 유인할 필요가 없어 꽃잎을 만들지 않고, 꽃가루가 가득한 수술과 깃털 모양의 암술로 단순한 구조를 유지합니다.

바람이 약해 꽃가루를 날릴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꼬마리가 해법을 제시합니다. 손가락 모양의 꽃수술에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나와 꽃가루를 떨어뜨린 다음, 꽃수술을 다시 집어넣으면서 남은 꽃가루를 털어냅니다. 쑥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꽃가루를 들이밀어 떨어뜨립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무성한 잡초 군락에서도 꽃가루를 전할 수 있습니다. 길가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나도물통이는 물이 마를 무렵 겨우 10cm 자라는데, 작지만 강력한 무기를 지녔습니다. 구부러진 수술대가 자라면서 강력한 장력이 발생하고, 장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꽃가루 주머니가 턱에서 빠져나오며 꽃가루를 발사합니다. 이러한 장치로 작은 키를 극복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환경에서도 꽃가루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곤충이 없는 환경에서 달맞이꽃은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할까요? 암술 머리에는 이미 꽃가루가 붙어 있습니다. 자신의 꽃가루로 홀로서기를 하는 것입니다. 한 번 묻은 꽃가루는 강한 바람에도 날아가지 못합니다. 닭의장풀 역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암술에는 이미 꽃가루가 붙어 있는데, 꽃이 피기 전 수술 주머니가 터지면서 꽃봉오리 속에 몸을 말고 있던 암술 머리에 꽃가루가 달라붙은 것입니다. 꽃이 질 무렵 암술과 수술을 둥글게 말아 올려 꽃잎을 닫는데, 이렇게 뒤틀린 채 두 번째 자가수분을 합니다. 자가수분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잡초가 선택한 번식 방법입니다. 좀 개수염은 암술 머리를 구부려 꽃가루받이를 하고, 애기똥풀은 20여 개의 수술 중 일부가 암술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꽃가루를 전해줍니다. 자가수분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뛰어난 씨앗을 만들 수는 없지만, 어미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씨앗은 어미가 살아온 환경에서 어미처럼 잘 적응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언급한 대로 잡초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러 대안을 준비해 놓았다는 의미이며, 매우 유연한 생명체임을 보여줍니다.

생태계에서의 잡초 역할과 생명력

잡초는 단순히 농작물의 경쟁자가 아니라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이른 봄 조금 길어진 햇살은 서리를 털어내고, 밝아진 빛과 따뜻해진 온도를 감지한 잡초는 태양을 향해 날개를 펼칩니다. 도꼬마리, 큰 개불알풀은 성충으로 겨울을 지내는 곤충들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합니다. 냉이, 민들레, 쑥과 같이 가꾸지 않아도 절로 자라는 자연의 생명력이 깃든 먹거리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서 면역력을 키워주고 질병을 예방해 줍니다. 이러한 혜택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잘 차려진 식탁에서 식사를 즐기는 곤충에게 잡초 잎 한 장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간척지, 공터, 버려진 땅에 누구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잡초는 곤충과 새에게 새로운 세상을 제공합니다. 지난해 가을 긴 꼬리때까치 긴 꼬리때까치 어미가 선택한 억새의 줄기는 천적과 추위로부터 알을 지켜온 생명의 요람입니다. 따뜻한 햇살이 잠들었던 세포를 깨우면 은밀한 탄생이 시작됩니다. 머지않아 이곳에서 짝을 찾는 긴 꼬리때까치의 지저귐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들은 생명을 품은 어린 덤불이고, 해오라기는 잡초의 품에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꿈을 꿉니다. 때로는 먹잇감으로, 때로는 보금자리로 잡초는 이 세상의 전부입니다.

태워지고 밟히고 독을 뒤집어쓴 채 죽어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지만, 이대로 사라지면 잡초가 아닙니다. 유전자를 바꿔서라도 다시 살아나는 것이 잡초의 생존 비결입니다. 속전속결, 쇠뜨기는 농부가 논을 갈기 전 신속하게 성장하여 꽃과 씨앗을 만들어갑니다. 농부가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 때를 기다려온 쇠뜨기는 트랙터 바퀴를 이용해 씨앗을 퍼뜨립니다. 농부가 쇠뜨기의 번식을 도와준 셈입니다. 성숙하지 않아도 발아할 수 있는 이 씨앗은 흙에 섞여 기회를 엿보다가 추수가 끝나면 발아하여 다시 이 땅을 점령할 것입니다. 사용자가 공감한 대로, 농부가 트랙터로 밭을 갈 때 씨앗이 퍼지는 전략은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연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곤충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는 광대나물 꽃 밑에는 1mm 정도의 보일 듯 말 듯한 꽃봉오리가 있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폐쇄화입니다. 꽃을 피우지 않고 바로 씨앗을 맺어 버립니다. 제비꽃도 감춰진 비밀이 있습니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데 기온이 오르면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쏟아야 하는 에너지를 아껴 씨앗 생산에만 온 힘을 쏟습니다. 곤충이 부족하고 기후 변화가 심해도 끊임없이 씨앗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살아서 제 소임을 다하는 것, 이것이 잡초의 역할입니다.